무릉도원까지 꿈꾼 건 아니었다.
도원결의를 맺으려는 절박함도 아니요
다산이 죽림시사의 규약으로 정한
살구꽃이 피면 한 번 모이고
복사꽃이피면 한 번 모인다는 정취가 부러웠던 차에
영덕출신 죽마고우가 건넨 강추의 눈빛을
보물지도처럼 간직하다
얼마전 청춘을 떠나보낸
아내에게 선물처럼 보여주고 싶었다.
아뿔사!
5월중순까지는 지속된다던
영덕의 복사꽃 마을은
피빛 상처 하나 남기지 않았다.
가지를 묶은 분홍 노끈이
님떠난 여인네 옷고름처럼
단호했다.
친구는 육십리 떨어진
옥계계곡에 가보라 했다. 기암절벽을 수놓은 질긴 생명들
다랭이 논같은 맑은 덤벙의 장관
쉼없이 흐르는 물소리는
속세를 다 씻을만 했지만
친구는 내게
삼화2리 이정표가 세워진
복사꽃 마을에서
양쪽으로 흐드러지게 늘어선
핫 핑크 천국이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지는 장관을
선물하고 싶었나 보다. 이런저런 아쉬움에 내년을 기약하며
강구로 달려가
붉은 빛 나는 홍게 한 마리끼워
러시아산 대게로 마음을 채웠다.
생각해보면 슬픈 나무다.
수명은 길어야 이삼십년
보통은 십년이 고작.
꽃 피는 시기도 이삼주
일정 크기 이상으론 자라지도 못하게하고
일생 대부분은 그저 푸르기만 한데
사람들은 선혈의 빛만 탐하며
그 짧은 봄날을
도화살이 들었다
비난한다. 욕망이 난무하는 도색도시에 핀
아름답고 힘없는 대부분의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