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거죽, 텅 빈 부피감
#여성; 매달린; 머리 없는 신체(들) 박훈하(문화이론, 경성대 교수) 패기만만했던 시절, 한국의 여성과 몸을 주제로 일 년여 공부모임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첫 모임이 있던 날, 좌장이었던 초로의 여교수님이 물었다. “주부가 된다는 것은 어떤 걸까요?” 패기만만했으므로, 우린 구원자의 목소리로, 가정에 유폐된 여성의 가사노동과 성적 종속에 대해 떠들어댔다. 그랬는데, 한참을 듣고 난 후 우리에게 건넨 그분의 답은 매우 엉뚱하게도 이랬다. “주부가 된다는 건 밥을 잘 짓게 되거나 집안 청소와 빨래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밥을 짓고, 또 밥을 짓고, 그리고 또 밥을 짓고, 그리고 또 밥을 짓고, 또 밥을 지으면서도, 밥을 짓고 있는 자신의 뒷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반복과 순환은 전혀 다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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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7. 4. 2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