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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참 별거 아니다.

POEM

by 냉면인 2023. 4. 3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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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참 별거 아니다.

어릴 땐
정말 세상 모르고 살았다.
아프고, 춥고, 배고프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다행히 나란 존재의 직접적인 원인
모든 책임전가의 대상인 부모님이 계셨다.

철들기 시작하며
부모님을 탓하는 게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혼자 살 궁리를 시작했다.

매 맞지않고, 뺏기지않고,
무시당하지 않고, 추행당하지 않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게 되었고
좁고, 더럽고, 위험한
공간에 사는 건 본능적으로 싫었다.

그래서 쥐뿔만한 나의 쓸모
함께 서로를 지켜줄 무리에 들어갈 담보가 필요했다.

혼자서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
돈을 벌려면 쓸모가 필요했고
생존과 자존을 위한 수단이란걸 알았다.

삶의 수준은 내 쓸모의 잉여로 결정되었다.
친구, 애인, 아내... 새로운 가족
적당히 서로 손해 덜보고 공존할 무리
그 수준에 따라 끼리끼리 모였다.

삶의 대전제는 언제나 건강이었다.
운이 좋으면 큰 신경 안쓰고 나이를 먹었지만
유전이건 환경이건 아주 많은 운과 재수가 필요했다.

아무리 돈을 모아도
건강을 위해서는 모든 걸 내어 놓아야하고
돈이 없어 빨리 죽어가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렇게 생존과 안전의 문제를 해결하면
어떻하면 생물학적인 욕구를
욕을 덜 먹으며 그럴싸하게 해결할지가
숙제였고... 우린 그걸  교양이라고 부르며
문화와 문명의 이름으로 공유했다.

불시에 찾아드는 고독과 무의미에서
자기 몸과 정신을 어떻게 어루만져야
기분이 좋아지는듯한 느낌을 받을지를
배우고 익히는 것이 삶의 비법 같았다.

좀 더 여유가 허락한 자들은
필요와 충족 너머
동경과 존경의 대상이 되길 갈구했고
성공한 삶의 지표를 삼았다.

그나마 그건 나은 편이었다.
착취가 가능한 놈들은 대를 이어 그걸로 부를 쌓았고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없는
못된 놈들은 힘과 돈으로
그렇지 못한 이들을 부려먹고 놀려먹는
고약한 취미로 소일했다.

이 생으로 만족못하는 이들은
죽어서도 좀 더 기억되려
아이를 낳아 죽은자를 경외하는 풍습을 가르치고
인간의 도리이자 사명이라 불렀다.
집필, 기록, 자리, 명예, 이름...
어떻게 든 후대에 쓸만한 것을 남겨
사후에도 좀 더 연명할
불멸의 꿈.

그것이 어려운 이들은
이게 끝이 아니라고
천국, 내세, 극락, 윤회가 있다고
믿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아는
사는 것의 개론

왜 사냐고?

안쓰럽고
부질없다.
연약하고
의미없다.

그 놈의 의식과 감정이 없었다면
생사와 부귀, 귀천과 선악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때가 되면 나고 때가 되면 갈 것을...

욕심과 집착
아깝고 아쉬움에 연민하는
자기 못남때문에
이다지도 유치하게
아무것도 공짜로 주지않는 세상에
미련을 두진 않을 것 같다.

누구하나 롤 모델이 있으면
위로가 될것 같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온전한 건 자연밖에 없었다.

감정을 초월한 자연
아님
자연도 우리처럼 매 순간
이렇게 떨며 살아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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