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보통 어떤 일을 겪고 기억하는 것은
가장 아프거나 좋았던 최고와 마지막 순간이라 한다.
올 한 해 분명 즐겁고 재미있던 일들도 많았을텐데
나에게 가장 크게 남아있는 기억은
학창시절 단짝 친구의 죽음과
올해 마지막까지도 기도하게 만드는
아내의 이어지는 질병과 수술이었다.
내 건강에도 이미 적신호가 켜진지 오래다.
오랜 고지혈증과 지방 간, 담석
어릴적 가장 싫어하던 비만 중년의 몸을 안고
어느 여관방에서 홀로 마음껏 술마시다 죽은
사내를 생각한다.
언제 죽어도 크게 이상할 것 없는
나이가 되었다.
다만 오늘이 그날이 아니길.
당분간은
부디 아무일 없기를...
그래 무사하기를 기원했다.
이 세상을 무탈하게 살아낸다는 것이
그리 녹녹하지 않은 걸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
남보다 더 잘 살거나
더 좋은 것을 바란 적도
거의 없었다.
그저 무시당하지 않고
억울하게 피해보지 않고
돈이나 권력 때문에
비굴하게 거짓말하며
살지않기를
그래... 무사하기를 염원했던 것 같다.
생존과 안전, 위생을 위한 인생을 겨우 넘고서야
사는 이유나 목적을 물었다.
의미나 재미!
오로지 스스로 부여하고 만들어내야하는
이것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해왔건가!
나의 말에 귀기울여주는 이들에 감사하고
나의 존재를 귀하다하고 감사한다는 말에
나도 세상에 쓸모가 있다고 위로를 받으며
얼마나 오래 티나지않는 관심과 사랑을 갈구했던가!
이제 뒤돌아보면
자신과 타인을 위로하는 것이 전부였던
보통의 인생에
무슨 대단한 가치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뜬 세상의 아름다움
아름답지만...
눈물나게 허무하고
불쌍한 아름다움!
오늘 하루도
그저 무탈하게 지나가길 기원해본다.
내 아내가, 어머니가, 친구가...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건강하고... 무사하길!
생각해보면
그것 자체가 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