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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Walk Up, 2022

MOVIE

by 냉면인 2022. 11. 2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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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8.2
누적관객 4,108
박스오피스 33위
개봉 2022.11.03
장르 드라마
국가 한국
등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9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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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조차 한두명씩 홍상수 영화에이별을 고한다.
어느 영화 이후로는 더 이상 신선하지가 않다고 한다.
늘 자기가 했던 짓거리 이야기 뿐이한다.
아직 떼지 못한 불륜 꼬리표도 한 몫 거드는 것 같다. 홍상수 영화의 오랜 팬으로서 배교자들에겐 푸념을 한다.
마음속으로만 조용히!
그럼 감독 대부분은 늘 지 이야기하는거지...
지 이야기가 없어서 문제지!
불륜은 너나 알아서 하시던가 말던가...

하지만
나 역시 조금의 의심은 있다.
거의 매년 한두편씩 만들며 어찌 늘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지난 몇 편의 영화는 이런 저런 해외수상소식과 함께 개봉되었다.
그래서 그런 걱정은 늘 기우였다.
역시!
볼 때마다 거의 납득이 되었고 그 자체가 신기했다.
사랑도 지겨울 때가 오는데...
언제라도 식상해지면
별 호감 안가는 이 아저씨와의 이별은 생각보다 쉬울 것 같았다. 28번째 영화 '탑'
김민희가 제작실장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것 외에 별다른 수상소식 없이 조용히 개봉했다.
이번엔 좀 쉬어가시나?
부족한 신앙심을 떨치고자 영화관에 들어섰다. 내 전공이 건축이어서 그런지 영화 >탑<은 제목부터가 좀 특별했다.
탑은 인간이 만든 구조물이다.
대개 신앙 목적으로 무언가를 염원하거나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상징하거나 심지어 신에 도전 하기 위해 탑을 쌓았다.
상당히 상징적인 이유들이다.
실제 영화에서는 탑은 안나오고 건물이 탑같다.
구지 영어로 옮기면 >타워<가 탑과 고층건물을 모두 의미하듯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walk up...
동사로 쓰면 걸어 올라간다는 뜻이지만 명사로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을 의미한다니
대충 그 언저리 의미로 이해한다.

건물
영화는 논현동에 있는 4층 건물이 배경이다.
영화감독이 직업인 주인공 병수는 딸의 진로나 취업을 부탁해보고자 이 건물주인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해옥을 방문한다.
해옥은 그들에게 자신이 인테리어해서 세를 준 한층 한층을 소개해준다.
1층은 카페 식당, 2층은 1층 임대인이 운영하는 private 식당,
3층은 부부인지 커플이 살고, 4층은 임대료도 잘 안내는 독신이 살고...요즘 문도 잘 안열어주고
감독이 여기에 세들어 오면 임대료를 반값만 받겠다한다. 다시

1층
해옥이 감독부녀에게 건물을 소개 후에 그들은 1층에서 함께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장래를 부탁하러온 딸은 5년만에 만나는 거고 아내와는 10년째 별거란다.
감독이 제작를 만나러 가고 딸과 해옥 둘이서 감독의 참모습에 대한 어색한 대화를 나누는 것 까지가 첫 시퀀스다.

2층
어느 다음날 감독은 해옥을 다시 방문해서 이번에는 2층에서 식당 여주인과 함께 술을 마신다.
딸이 갑자기 그만 둔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아선 첫 시퀀스 다음에 일어난 사건으로 이해된다.
감독은 추진하던 영화가 제작사에서 거절당했다고 푸념한다.
여주인은 감독을 위로한다.
자긴 감독의 팬이고 그의 영화를 혼자 술 마시며 낄낄거리며 본단다.
감독과 식당 여주인 사이에 약간의 미묘한 기류가 짐작된다.
감독은 생뚱맞게 두렵지 않냐고 한다!

3층
감독과 식당 여주인이 함께 살고 있다.
2층 만남 후 좀 시간이 흐른 후 같기도 하다.
그들의 결합으로 주변 친구와의 관계가 상하거나 다시 회복하려고도 하고 둘의 관계도 처음 같지도 않은 것 같고,
감독은 건강상 이유로 고기를 안먹는 다이어트식을 하고있고...
집엔 비가 새지만 여주인은 임대료 올릴 생각만하고 수리는 차일 피일 미룬다.
파트너에게 쪼잔한 문자를 보내다 침대에 누워 "난 혼자 살아야했다"고...푸념한다.

4층
얼마 후일까? 감독이 혼자 산다.
그에겐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애인이 찾아와
고기도 구워주고 몸에 좋은 꿀에 저린 인삼도 준다.
성욕이 대단하다고도 하고 감독은 신을 만났다고도 한다.
여주인 해옥은 그에게 불만이고 집에 있으면서
문도 잘 안 열어준다고 질책한다.
그리고 모르고 봤다며 EX가 저지른
차량 위반고지서를 건네준다.
감독과 애인은 모처럼 외출하려다
애인에게 일이 생겨 감독을 남겨둔 채
일보러 간다.
기다리는 중에 문앞에서 딸을 만나 집으로 들어간다.
딸은 여기 사는 듯하다.
뭐지?! 영화가 흐르며 머리속에 혼란이 찾아온다.
영화는 시간적으로전개된 것 같기도 하고
같은 시간에 공존하는 상황 같기도 하다.
마치 평행세계를 동시에 경험하는 듯한 입체감과 기시감.
그래서 시간이 서서히 입체적이 되어있다.
공간적인 walkup과 입체적 시간이 교차한다. 현실과 허구도 공존한다.
여기 사는 모든 이가 영화속 감독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관객들은 감독이 실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도 같고
그렇지 않다는 생각도 한다.
실제 이건물은 논현동에 있는 건물이고
주인은 인테리어를 하고1,2층은 여주인이 하는
나름 유명 식당이다.
홍상수 감독은 한 때 여기 살았다하고...
누구와 살았는지는 모르겠고.

감독은 또 다시 묻는다.
어느게 내 얘기고 어디까지가 당신 몫인데?
언제가 식상하고 어디가 진부한데?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거야?
지금은 맞고 그때가 틀린거야?
거지같은 것들!
뭐가 불륜이고 뭐가 도덕이니?!
현실은 뭐고 픽션은 뭐니? 모든 것이 buildup되는 영화
인셉션과 테넷이 만나는 영화
변하지 않는 건
주인공은 결코 이 탑을 떠나지 못하고
늘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 뿐.
그래서 제목은 탑일 수 밖에 없는 영화

이런 반전과 뒤섞임이
여전히 내가 홍상수에 감사하는 이유다.
존재 만으로도 고마운 송선미와는 달리
이 간단한 방법으로 그는 늘 새로움(Nobelty)을
전달한다.
혼자 낄낄거리며... 보는 영화!
난 아직 이 남자의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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