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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상 작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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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냉면인 2022. 5. 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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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상 작품상은 CODA가 수상했다.

뜻밖이었다. 당연히 The Power of the Dog이 수상할 줄 알았다.
난 이렇게 정교하고 치밀하면서도 노골적이지 않으며 세련되기까지한 페미니즘 영화를 본 기억이없다. 
30년전(1993년) '피아노'에서 받았던 충격이나 주체성, 저항, 용기, 의지 등의 덕목들을
제인 챔피언 감독 스스로 구시대의 유물로 박제시켜 버린 느낌이었다.
마치 심장을 날카로운 면도칼로 그어 흔적도 없이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이랄까...
영화에서 끈 매듭을 만들다 탄저병에 걸려 사망하는 주인공의 죽음처럼.
치밀하게 계획되었지만 한 순간의 방심으로 고하게된 세상의 종말을 영화는 노래한다.
최소한 이 정도는 되어야 아카데미 작품상이고...
작년 클로이 자오의 '노매드랜드'나 그 전해의 '기생충' 의 계보를 잇는 영화라 할 수 있을 것같았다.

하지만 결과는 CODA 였다!
2014년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에 대한 기억이 어렴풋하다. 나쁘지는 않았고 그때도 습관처럼 마음을 적셨지만
떳떳하게 감동했다고 말하지못하는...
'상투적인'의 뜻은 '늘 써서 버릇이 되어버린' 의미다.
이 영화는 영화가 시작된지 얼마되지도 않아 모든 걸 다 파악해버린다. '캔디'같은 여주인공이 곧 저 키큰 미소년과 함께 노래를 부를거고 사랑에 빠질거고, 집안사람들과 갈등하겠지만 뜨겁게 서로를 사랑할꺼고... 저 시니칼한 선생은 이 아이를 대학에 보내거나 대회에 우승하게 함으로써 결국 인간승리의 피날레를 장식하고 결국 집을 떠나 홀로 설 것이고... 남겨진 가족 역시 우려와는 달리 잘 살아낼꺼고....
한치의 오차도 없는 뻔뻔할 정도로 상투적인 이 영화!
 
윤여정 배우님이 수화로 발표한 트로이 코처의 남우조연상 정도면 족했다. 함께 수상하긴 힘들었겠지만 86년 '작은 신의 아이들'로 이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말리 매틀린을 이렇게 엄마로 만난 것만도 감사함 일이었다. 하지만 작품상?! 왜?
 
애써 좋았던 장면을 반추해본다.
매틀린이 엄마로서 청각장애없이 태어난 아이가 오히려 걱정되었다는 대목은 과연 그럴까 마음을 뒤적여보게 만들었고, 영화의 하이라이트, 시작부터 온갖 썸을 타며 연습했던 아름다운 노래의 이중창. 바로 그 순간 시점이 청각장애를 가진 가족으로 바뀌며 참기힘든 침묵의 시간. 청각장애 아버지가 노래를 느끼기 위해 목청의 떨림을 느끼는 장면. 눈물을 떨구었고 숨을 곱게 못쉬게 만들었지만... 상투함의 데쟈브!
 
어쩜 우린 미치도록 이 낡고 진부한 상투적음이 그리웠나보다!
어쩜 우린 정의라는 이름으로 진영논리에 빠져 짓어대는 서리가 듣기 싫었는지도 모른다.
어쩜 우린 그래서 그 전문성과 세련됨으로 포장된 논리의 칼날에 이렇게 아팠나보다!
 
그런 생각이 흩날리고 있는 와중에도
코로나, 대선, 러시아 침공, 다시 지방선거....
정말 꼴보기 싫은 날 선 공방대신
차라리 그런 소리 안듣게 귀먹은게 부러운.
그렇게 지극히 상투적이고 싶었나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니까
이젠 작품상. 조금은 인정해본다!
CODA!
내가 청각장애인 가정의 정상적인 아이인지
그런 아이를 보는 청각장애를 가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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